세계적인 디자인학교인 영국 왕립미술대학원에 당당히 입학한 김희선씨.

초등학교 때부터 애니메이션 작가의 꿈을 꾸던 아이. 올해 26살이 된 그 아이는 올해 3월 27일,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디자인학교 중 하나인 영국 왕립미술대학원(Royal College of Arts, 이하 RCA)에 당당히 합격했다. ‘공감 속에서 영적각성이나 치유가 일어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김희선씨다.

김희선씨는 전형적인 목회자 가정에서 자랐다. 김씨의 아버지는 김포새누리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김진수 목사다. 어머니는 유인봉 사모다. 김씨는 RCA 입학 비결을 “신앙과 기도”라고 답했다. 신실한 신앙생활과 하나님께 드리는 간절한 기도가 김씨의 꿈을 펼치는 원동력이 됐다.

김씨는 김포 토박이다. 김씨는 “대부분의 제 친구들이 살던 서울이나 도시들과는 조금 시간이 느리게 가던 곳이 제 고향 김포다. 저는 그야말로 시골아이였다”고 했다.

김씨는 아침마다 학교 뒤뜰에서 수위아저씨가 패서 나눠주던 장작을 들고 교실 중앙의 난로 앞에서 쭈그려 앉아 불이 꺼지지 않게 입김을 불어대던 일, 한 학년 올라갈 때마다 윗 학년 선배들이 썼던 흑백 교과서를 창고에서 꺼내와 지우개질해서 쓰던 일, 산 어귀에 자리 잡은 왕릉 앞에 흐르는 개울에서 가재를 잡던 일 등을 회상하면서 “현재 우리가 놓치고 있는 많은 것들을 어릴 적에나마 체험해 볼 수 있었던 것은 정말 귀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논둑을 뛰어다니며 놀았던 어릴 적 흙 묻은 감성은 학창 시절의 저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고 고백했다.

김희선씨 작품 'Prodigal Son', 성경 속 탕자의 비유를 애니메이션으로 형상화했다.

학창시절부터 김씨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다. 역사서에 관심이 많았고, 흙 묻은 감성을 엮어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곤 했다. 어떠한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표현하고 공감할 것인가에 대한 김씨의 고민은 자연스럽게 예술 계통으로 이끌었다.

세상의 모든 이들이 그러하듯 김씨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특히 가족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조금은 특별한 경험을 갖고 있다. 김씨가 열다섯 되던 해, 김씨의 어머니인 유인봉 사모는 말기암 선고를 받았다. 김씨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 쓰러지는 것을 목격한 경험은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경험이었다”고 털어놨다.

그 일을 겪으면서 가족들은 모두가 변화되기 시작했고, 사랑하는 어머니가 회복해서 다시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꿈과 희망은 김씨 가족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이후 병원에서도 기적이라고 말할 만큼 회복이 되었고, 가족들에게 건강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사건이 됐다.

김씨에게는 주변의 혼자 사시는 독거노인들을 찾아가 일일이 떡을 돌리던 어머니의 모습이 잊을 수 없는 교훈으로 남았다. “지금은 운 좋게 내가 고비를 넘겼지만, 이후에 내가 없어도 지금 내가 이들을 돕는 것처럼 네가 커서 이들을 도우면 된다. 세상은 그렇게 나누고 베풀고 의지하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다. 삶은 나누는 것이다”라는 말씀은 김씨에게 경종을 울렸다.

김씨는 호서대학교를 졸업하고, 영국 최고의 미대 중 하나인 Kingston 대학교에 편입해 뛰어난 동료들과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세계 유수의 출판사 중 하나로 꼽히는 Penguin & Random house의 홍보 영상 등 여러 실무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소중한 경험이었고, 이에 고무돼 RCA에 지원, 합격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어머니의 말씀처럼 삶은 나누는 것이고, 그 안에서 ‘나’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고 믿는다”며 ‘인재가 되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조금 더 많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서 공부할 수 있는 경험이 단순히 저 뿐만 아니라 앞으로 공부할 모든 이들에게 진실된 ’이야기‘로 전해지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아직도 애니메이션이라는 문화에 대한 인식 자체가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것으로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모든 영상예술의 가장 기본적이자 뼈대가 되는 ‘이야기’로 돌아가 이를 분석하고 정리하여 체계화하는 연구야말로 영상예술산업에 있어서 가장 절박하고 필요한 시점”이라고 피력했다.

김씨가 입학허가를 받은 RCA는 유수 대학원 중 가장 전통 깊은 예술학교이다. 특히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와 서사적 영화제작의 대가로 불리우는 스콧 감독 등이 졸업한 RCA에서도 애니메이션 코스는 2008년 오스카상을 수상한 수지 템플튼 및 드림윅스의 안토니 호드슨 등이 수학한, 전 세계적으로 그 실력을 보증받는 코스다. 그러나 그만큼 수학하고 있는 연구생들은 2년간의 석사 과정 중 매 6개월마다 테스트를 진행하여 그 다음 학기 진급 여부를 결정할 정도로 굉장히 높은 수준의 학습계획을 요구받는다.

김희선씨 작품 'The Whale 04'

김씨는 “현재 학부에서 기본적인 제작과정을 마친 상태지만 처음 1년간은 이제껏 다듬어왔던 기획 및 연출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닦는 기회를 가지려 준비 중비 중”이라며 “‘이야기’에 대한 것을 석사과정의 화두로 삼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한 연구를 석사 논문의 주제로 삼아 좀 더 심도 있는 공부를 진행해 보려 한다”고 밝혔다.

김희선씨는 “RCA 애니메이션 코스에서는 심미적이고 상업적인 능력을 지속적으로 키울 수 있도록 많은 실무 프로젝트를 제공하는데, 이러한 많은 실무적 경험들은 제가 연관된 분야에서 좀 더 개혁적이고 넓은 시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다져줄 것”이라며 “RCA에서 아낌없이 지원하는 양질의 지원과, 제가 앞으로 하고자 하는 ‘우리의 신화들과 이야기들을 영상 언어를 통하여 서사적으로 해석하는 연구가 합쳐진다면 현재 기술적으로 매우 훌륭한 수준까지 발전해 있는 한국 애니메이션에 좀 더 깊이감 있는 다양성을 부여하는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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