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교회순교자기념사업회가 제1차 한국교회 순교자 추모예배를 통해 순교자들이 지녔던 화해와 평화의 정신을 기렸다.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한국교회를 하나로 모으는 방법은 없을까. 매번 똑같은 질문이지만 마땅히 답하기도 어렵다. 그만큼 한국교회는 서로 헐뜯고, 공격하기에 바빠 하나가 되기보다 지금보다 더 갈라지지나 않았으면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들이다. 하지만 과거 순교자들이 보여줬던 화해와 평화의 정신을 작금의 한국교회에 대입해보면 어떨까. 어쩌면 갈라지고 쪼개진 한국교회를 하나로 엮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지 모른다.

한국교회순교자기념사업회(이사장 임석순 목사)가 올해 첫 한국교회 순교자 추모예배를 30일 한국중앙교회 2층 안디옥실에서 드리고, 순교자들이 지녔던 화해와 평화의 정신을 기렸다.

특히 참석자들은 일제 강점기에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를 거부하고 반대운동을 펼친 주기철 목사와 두 아들을 죽인 원수를 아들로 삼고 신앙을 지키다가 결국 순교한 사랑의원자탄 손양원 목사, 우리나라에 온 개신교 최초의 선교사이자 순교자인 토마스 선교사 등의 삶의 되돌아보고, 그들이 지녔던 화해와 평화의 정신을 되새겼다.

먼저 민경배 교수(백석대 석좌교수)는 ‘주기철의 화해와 화합 정신’이란 발제를 통해 소박한 인간의 모습과 화해와 융합을 실현하는 과정을 주로 그렸다.

민 교수는 “주기철 목사가 남긴 마지막 설교는 ‘5종목의 나의 기도’인데, 거기서 ‘어머니 때문에 순교 힘듭니다’, ‘감옥 속의 너무 오랜 고문과 고통이 너무 길고 장구하면 순교하기 힘듭니다’, (감옥에서 마지막으로 오정모 여사를 만났을 때) ‘나 누가 따뜻한 숭늉 한 사발 가져다 주었으면 하오’ 등 소박한 인간적인 모습이었다”면서, “주기철 목사는 칼날 같은 신앙의 소유자였지만, 소박한 인간의 모습을 지니고 있을 정도로 한 없이 다사한 인간이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일제말기 한국교회는 신사참배문제로 커다란 곤욕을 치루고, 그 과정에서 한국교회가 마귀의 시험에 들었고 따라서 그 교회를 파괴하고 떠나 진정한 하나님의 교회를 세우는데 우선 경남노회부터 정통의 노회로 건설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았었다”면서, “이 토론의 자리에서 주기철 목사는 ‘신노회 즉시 재건은 시기상조’란 입장을 내세우고, 한국교회의 분열을 막았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또 “주 목사는 평양 산정현교회에 이미 문제가 터졌던 박형룡, 송창근 후임으로 갔을 때에도 남북대결의 상처를 아물게 한 공로가 크다”면서, “당시로서는 한국교회 보수와 진보의 대결장처럼 되었던 곳이 산정현교회였는데, 한국교회 두 극단의 교회에 중보자로 역할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민 교수는 주 목사가 평양 장로회신학교에 있을 때 기숙사가 한국교회 지방생의 옹집이 싹튼다고 보고, 그런 구도를 없애기로 맘먹고 당시 나부열 교장에게 건의해 실제 지방색 개념의 기숙사를 일거에 개정하게 한 일 등 주 목사가 화합을 위해 노력한 이야기도 소개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상규 교수(고신대 역사신학)는 ‘손양원 목사와 화해’란 주제로 발표하고, 손양원 목사의 순교정신을 자세하게 풀이했다.

이 교수는 “손양원 목사에게 있어서 죄는 모든 문제의 근원이었고, 한국교회의 쇄신은 죄의 청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확신했다”면서, “그래서 손 목사는 철저한 회개와 자숙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 한국교회순교자기념사업회가 제1차 한국교회 순교자 추모예배 순서자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특히 이 교수는 “아 큰일 났다. 이 민족의 죄 값으로 하나님께서 채찍을 드셨는데, 수도 서울에서 죄에 대한 회개를 외치고 복음을 전하다가 제물이 되어야할 선지자들이 모두 도망쳐서 밑으로 내려왔으니 어떻게 하겠느냐? 누가 그들에게 회개를 외치겠는가?”란 손 목사가 한국전쟁이 발발한 후 서울에 있던 목사들이 피신목적으로 남하했을 때 탄식한 내용을 설명하고, “손 목사는 민족지도자들의 범죄, 특히 목회자들의 범죄가 전쟁의 원인인데, 목회자가 회개는 외치지 않고 피난했다는 소식에 경악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여순사건으로 두 아들을 잃은 사건과 아들을 죽인 가해자를 오히려 양자로 삼은 것을 통해 손 목사의 사람과의 화해 및 용서에 대해 말했다.

이에 이 교수는 “여순사건 당시 손 목사는 부산에서 부흥집회를 인도하고 있었는데 두 아들의 죽음 소식을 접한 뒤 비통한 가운데에서도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기로 작정했다”면서, “자신의 두 아들을 죽인 안재선을 양자로 삼기로 결심하고, 여수 승주교회 나덕환 목사를 통해 구명활동을 전개해 즉결처분 직전에 그를 구출했다”고 밝혔다.

또한 “손 목사가 가해자를 구출하고 양자로 삼은 것은 두 아들이 순교나 아니냐는 논쟁과는 상관없이 용서를 실천한 것”이라며, “이것만으로도 손 목사는 다른 이들이 감히 흉내낼 수 없는 사랑을 실천했고, 이런 점에서 안용준은 손 목사를 ‘사랑의 원자탄’이라고 존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손 목사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와는 화해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손 목사가 공산주의 이념을 가진 자를 용서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공산주의 이데올로기 자체를 수용한 것은 아니다”면서, “손 목사는 철저한 반공주의자로 공산주의의 폐해를 깊이 인식하고 있었으며, 공산주의와의 화해를 추구하기보다는 공산주의의 희생자가 되기를 거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직도 순교자인지, 침략자인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한국 최초의 순교자 로버트 토마스에 대해 발제한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장)는 토마스가 어떤 선교이해를 갖고 있었고, 과연 선교사로 활동했는지, 당시의 국제사회를 이해하고 있었는지 등의 궁금증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박 교수는 “토마스는 선교사로 나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잘 아는 사람이었고, 당시의 국제정세를 잘 알고 있는 동시에 한국 기독교선교를 위해 노력한 사람”이라며, “토마스는 선교하기 위해 조선에 왔고 복음을 전하다가 죽었기 때문에 순교자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 교수는 제너럴 셔만호 사건을 중심으로 조선과 프랑스 사이에서 갈등을 해소하고, 화해시키려는 노력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 교수는 “토마스는 기독교선교의 분명한 사명을 갖고 있었고, 그는 조선이 미래선교를 위한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해 첫발을 내딛은 것”이라며, “그는 국제정세를 정확하게 파악했고, 이 가운데 개신교의 위치를 알았다. 하지만 조선정부는 그를 받아들이지 않고,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예배는 임석순 목사(한국중앙교회)의 인도로 정주채 목사(향상교회 원로)의 기도, 천광웅 목사(순교자 유재헌 목사 외손녀사위)의 특별찬양, 고 훈 목사(안산제일교회)의 ‘순교신앙’이란 제하의 설교, 임은빈 목사(동부제일교회)의 감사와 존경의 말씀, 심원보 목사(서울제일감리교회 원로)의 봉헌기도,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원로)의 축도 순서로 드려졌다.

유종환 기자  yjh44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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