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학대학교(총장 유석성 박사)-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 김명용 박사)-튀빙겐대학교(총장 베른트 엥글러) 공동주최 국제학술대회가 ‘평화와 기독교의 과제’를 주제로 지난 4일 서울신대 성결의전당 존토마스홀에서 개최됐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서울신대와 튀빙겐대학이 지난해 7월 4일 학술교류 협정을 체결한 후 독일 튀빙겐 대학에서 ‘메가 시티와 메가교회’라는 주제로 연 첫 공동학술대회에 이은 2번째로,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최근 가장 큰 이슈인 ‘평화’를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김명용 총장의 개회사로 문을 연 1부 순서에서는 유석성 총장이 ‘기독교의 평화’란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고, 튀빙겐대 명예교수이자 서울신대 석좌교수인 위르겐 몰트만 박사가 ‘테러시대의 평화와 저항-본회퍼 오늘의 의미’를, 위르겐 캄프만 튀빙겐대 신학부 학장이 ‘제1차 세계대전 기간 독일 개신교 예배에서의 (사라진) 주제: 평화’를 주제로 각각 강연했다.

먼저 유석성 총장은 세계 각처에서 전쟁과 테러, 종교, 인종, 빈부간의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평화를 위한 기독교의 과제와 역할을 강조했다.

이에 유 총장은 “한반도는 세계 마지막 남은 분단 지역으로 평화통일은 한민족의 염원이요, 민족적 과제요, 역사와 시대적 사명”이라며, “한반도의 통일은 하나님의 계명이자,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라는 명령을 실천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것은 북한의 핵문제, 일본의 우경화된 자국 중심적 국가주의와 군국주의적 경향과 과거 침략의 역사를 부인하는 역사인식의 문제, 중국의 신중화중의와 팽창주의, 과거역사를 왜곡시키는 역사왜곡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동아시아 한·중·일 3국의 평화를 위해서도 한반도의 통일은 이뤄져야 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인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와 헌신을 다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어 위르겐 몰트만 박사가 디이트리히 본회퍼의 평화의 메시지와 히틀러 테러정권에 대한 적극적, 무력적 저항을 주로 기술하고, 이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살폈다. 특히 1934년 8월 덴마크 파뇌에서 남긴 본회퍼 연설 중 네 가지 명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뤘다.

▲ 몰트만 교수

몰트만 박사는 ‘안보를 향한 길 위에 평화는 없다’는 첫 번째 명제에 대해서는 “안보를 추구하는 한 평화는 없다. 그러나 먼저 평화를 찾을 때 안보는 저절로 찾아온다. 십자가에 이르는 길에서도 평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한계가 없는 하나님의 인내는 모든 폭력보다 더 강하다. 그것은 폭력을 행하는 자들이 갖지 못하는 시간을 갖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평화는 있어야 한다. 그리스도께서 세계 속에 계시기 때문이다’는 두 번째 명제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전쟁들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곧 전쟁이 없는 세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희망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 속에서 하나님의 평화는 적에 대한 승리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화해를 통해 이루어진다. 화해는 죄책의 용서를 의미하며, 선으로 악을 극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모든 피조물이 함께 나누는 새로운 생명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평화가 있어야 한다. 그리스도의 교회가 있기 때문이다’는 세 번째 명제와 관련해서는 “독일의 나치 이데올로기와 나치 독재에 대한 교회의 저항 속에서 오직 그리스도만을 고백하는 교회 곧 고백교회가 생성됐다. 본회퍼는 그 최초의 인물들 가운데 한사람이었다. 고백교회에게 참으로 중요한 것은 자신의 민족교회와의 결합성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 속한 그리스도인들과의 에큐메니칼적인 결합성이었다. 그리스도의 교회가 모든 민족들 안에 있고, 교회의 결합성이 민족적 결합성보다 더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리스도의 거룩한 교회의 위대한 에큐메니칼 공의회만이’란 마지막 명제에 대해서는 “본회퍼는 평화에 대한 말씀을 민족들에게 전권을 가지고 선포해 이 말씀을 그들이 듣고 수용케 하는 것,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손에서 무기를 빼앗고, 그들에게 전쟁을 금지하는 것을 제의했다”면서, “본회퍼는 평화를 전쟁에 대한 대안으로 생각했다. 평화는 적대관계와 적들의 상들이 철폐되고, 국가 간의 조약들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몰트만 박사는 본회퍼가 교회목사로서 군인들의 저항에 참여한 것, 즉 적극적 저항에 대한 본회퍼의 결단과 관련해서 “나를 따르라는 그리스도의 온전한 부르심이 본회퍼에게는 교회와 국가의 구별보다 더 중요했다”면서,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스도의 부르심을 받은 그는 목사 직분의 한계를 핑계로 이 부르심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적극적 저항에 대한 본회퍼의 결단이 민주적 법치국가의 회복을 위한 목적으로 유발되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의 결단은 나치의 인종주의 독재의 희생자들로 말미암아 유발되었다”면서, “본회퍼는 죄 없는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독재에 저항하며, 억압당하는 사람들을 돕는 것을 행했다. 이를 통해 그는 정의와 자유 안에 있는 평화를 위해 기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위르겐 캄프만 교수는 제1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 안에서 그리스도로 향하고 이와 더불어 평화로 향하는 그러한 명확함에 미처 도달하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특히 ‘평화’는 개신교 교회들 가운데 있는 교회생활의 영역에서 폭넓게 사라져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캄프만 교수는 “전쟁이 요구했던 인간의 삶과 전쟁이 가족들에 가져다주었던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도가 말하는 평화, 그와 함께 가는 평화, 그가 설명하고 사람들에게 문안했던 평화는 기껏해야 애매한 또한 현재에 유효하지 않은 희망으로 남았다”면서, “사람들은 제1차 세계대전과 그 결과로 경험된 권력상실을 통해 실제적으로 엄청난 국내정치적 싸움에 대한 계속된 전개가 형성되었던 내부를 향해서도, 또한 여전히 적들, 특히 숙적 프랑스로부터 쫓겨나 알게 되었던 외부를 향해서도 평화를 배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100년 간격을 거슬러 올라가는 교회사적인 회고는 어떻게 그리스도인들이 전해져 내려온 복음이 아닌 현 정치적 관심들에 기초한 관점들에 의해 자신들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또한 하나님 편에서 주시는 평화의 열림과 같은 복음에 대한 근본적인 내용들이 거의 말하자면 표현되지 않았고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100년전 결정되었던 관계들을 상황적으로 회고된 분석 안에서 규명하는 것은 힘들지 않다. 그러나 기억과 경고보다,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것보다 더 급하게 요구되는 것은 바로 현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크리스토프 슈베벨 교수(조직신학)가 ‘세계의 정의로운 평화를 위하여’ △롯 콘라드 교수(실천신학)가 ‘기독교 설교 과제로서의 평화’ △미하엘 틸리 교수(신약학)가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 등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유종환 기자  yjh44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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