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이후의 삶을 신학, 철학,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제4회 기독교변증 컨퍼런스가 지난 24일 서울 강서구 방화동 큰나무교회(담임 박명룡 목사)에서 ‘영혼과 육체: 죽음 후에도 삶이 있는가?’란 주제로 열렸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비교종교학자인 황윤관 목사(미국LA 작은자교회)와 권영준 교수(연세대 물리학과), 기독교변증가 박명룡 목사(큰나무교회), 변증전도연구소장 안환균 목사가 죽음 이후에 과연 삶이 있는지 진지하게 설명했다.

믿음에 대해서 지성적으로 생각하고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운을 뗀 황윤관 목사는 ‘동양종교와 과학이 보는 의식과 영혼’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모차르트의 교향곡을 청자의 귀에서 요동하는 공기 압력의 시간적 계열로 서술할 수 있지만, 이런 서술만으로 모차르트 음악의 본질을 결코 파악할 수 없다”면서, “그렇듯 인간의 의식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것이 물리적 법칙을 따르는 물질의 작용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결론지을 수 없다”고 밝혔다.

황 목사는 또 “물질과 구별되는 의식, 육신과 구별되는 영혼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물리학의 입장에서 볼 때 신경과학 혹은 뇌에 관한 연구들이 기계적, 결정론적인 틀에 갇혀 있는 듯하며, 인공지능의 구현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영혼과 육체에 대한 현대물리학의 이해와 한계’를 주제로 발표한 권영준 교수는 정신은 뇌의 기능만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은 대단히 피상적이고 물질적 환원주의에 빠진 것이라고 밝혔다.

권 교수는 “만약 뇌의 모든 작동을 다 이해한다면 인간의 존재는 결정론적으로 될 것”이라며, “바둑판과 바둑알을 잘 만든다고 바둑을 잘 두는 것이 아닌 것처럼, 물질만을 갖고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설명하는 것은 지극히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대 물리에 의하면 태초 이전의 시간은 물리학이 인식할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아니며, 하나님이 스스로 존재하는 영역”이라며, “그런 점에서 우주론, 천문학, 물리학은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하나님의 부재를 중명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결론적으로 의식 내지 자유의지(나아가 영혼까지)의 문제는 생물학이 다룰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일 수도 있다”면서, “다만 이런 사고의 틀이 하나님을 ‘God of the gaps’로 격하시키는 것이 되지 않도록 끊임없는 신학적, 철학적 고민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혼의 존재: 죽음 후에도 삶이 있는가’를 주제로 발표한 박명룡 목사는 물리주의자들은 인간의 영혼은 뇌의 기능에 불과하며, 사람이 죽으면 끝이라 주장하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물질적 속성과 정신적 속성은 일치해야 하지만 사실상 다르다고 못 박았다.

박 목사는 “영혼은 뇌와 달리 존재한다. 영혼은 자아에 대한 기본적 자각이 있다. 1인칭의 자기지시적 관점이 가능하다. 육체를 초월한 정신적 자아가 없다면 자기 정체성이 상실된다. 영혼이 없다면 인간의 자유의지와 자유선택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며, “이 세상이 물질로만 존재한다면 물질이 아닌 인간의 의식은 어디로부터 왔는지, 세상이 물질로만 존재한다면 죄의 문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박 목사는 “인간의 영혼은 육체와 분리된 상태에서도 계속해서 살고, 생각하고, 기억한다는 강력한 증거가 무수히 많다”면서, “인간의 영혼, 의식, 생각, 이성, 마음, 수학적 진리, 도덕성과 같은 생각은 인격적인 하나님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인격체인 하나님의 특성이고,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인간의 특성이라고 주장한 박 목사는 이 세상의 삶이 전부가 아니고, 죽음 후에도 삶이 있기에 올바른 삶과 목적, 방향을 재점검해야할 필요성에 대해서 강조했다.

끝으로 ‘영혼한 삶: 변증전도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한 안환균 목사는 사후의 천국과 지옥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로 3가지를 들어 설명했다.

안 목사는 먼저 첫 번째 근거로 “사후 세계의 존재 여부는 최종 권위로만 가릴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미국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확신은 실제 가보지 않더라도 보도 매체의 권위를 통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듯이 사후 세계 또한 성경의 권위나 타종교의 신화 등 여러 권위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근거에 대해서는 “천국과 지옥의 구체적인 장소가 존재하한다”면서, “성경을 통해 보는 첫째 하늘은 대기, 둘째 하늘은 우주, 셋째 하늘은 하나님의 성소로 일컬어지는 천국이며, 바울의 묵시록에 담긴 천국과 지옥을 통해서도 그곳이 실재하는 공간임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목사는 세 번째 근거로는 천국과 지옥의 실제는 몸을 떠난 영혼도 의식을 가진 존재로 살아 있다는 것을 들었다.

이에 안 목사는 “그동안 미디어를 통해 드러난 임사 체험의 여러 공통점도 천국과 지옥의 존재여부를 설명해주는 것”이라며, “모을 떠난 영혼은 의식을 가진 존재로 살아있다. 사도바울의 임사체험 경우를 잘 분석해보면 육체에서 영혼이 떠나가더라도 그 영혼은 육체와 똑같은 의식과 기능을 갖고 활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주제 발표 후에 가진 질의응답시간에는 △영혼을 정보와 에너지로 설명을 하면서 기독교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가 △임사체험과 입신의 차이는 무엇인가 △부활 전의 영혼과 부활 후의 영혼은 무엇이 다른가 등의 흥미로운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만큼 죽음이후의 삶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다.

이에 이번 컨퍼런스를 기획한 박명룡 목사는 “메 회마다 시대 조류를 잘 반영할 수 있은 주제로 선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한국사회 안에 신앙의 합리성을 충분히 제시할 수 있는 기독교 변증 작업이 더 활발해지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박 목사는 “앞으로는 세계적인 변증가를 초청해 지성적 무신론자들이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더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다”면서, “기독교변증이 한국교회의 선교와 전도에 그리고 다음 세대의 신앙교육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컨퍼런스는 ‘지성적으로 기독교를 이해할 수 없다’, ‘기도교 교리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는 현대인들에게 기독교의 합리성을 다양한 측면에서 변증하기 위해 지난 2011년에 시작됐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기획한 이 컨퍼런스는 기독교를 ‘그냥 믿어보라’, ‘믿으면 이해가 된다’ 는 차원이 아니라, 지성적으로 설명하는 국내 유일의 컨퍼런스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목회자들이 참석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독특한 컨퍼런스로 자리매김했다.

유종환 기자  yjh44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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