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협 김영주 총무는 한국교회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진정으로 실천해보겠다고 다짐할 때 비로소 남북관계에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진보와 보수를 망라하는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담론을 나눴다. 이들은 한국교회가 통일과 민족화합 및 한민족 복음화를 위한 현실적이며 실천적인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교회가 화해의 중심에 서서 남북관계 개선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주장은 지난 13일 종교교회에서 열린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 목사)는 월례 발표회에서 나왔다. 김명혁 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발표회에는 숭실대 총장 한헌수 장로를 비롯해 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교회협 총무 김영주 목사, 한교연 대표회장 양병희 목사, 평화한국 상임대표 허문영 장로 등이 발제자로 나서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어떻게 이뤄나갈 것인지 머리를 맞댔다.

먼저 김영주 총무는 “분단 70년의 기간 동안 남과 북은 끊임없는 부침을 겪었으며, 이로 인해 사람들이 긴장하고 (한국 내에서보다 국제사회에서 더 걱정) 전쟁의 위협 속에 빠져 있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운을 뗀 뒤 “통일문제는 매우 심각한 것으로, 통일은 ‘사건’이 아니고 ‘과정’이라는 설정이 있어야 한다. 휴전선이 무너지고 물리적으로 정치적으로 통일되어 한반도에 하나의 정부, 하나의 정치체제가 세워진다고 해서 그것을 진정한 통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해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총무는 “남북의 관계에는 죽이고 죽임을 당한 분노가 깔려있으며, 자기 삶을 다 걸만한 갈등과 분열이 존재하는 것이 남북관계”라고 밝히고, 특히 남한에서는 전쟁 후 △승자독식주의 △결과주의 △연고주의 △흑백논리 등이 짙게 깔려 있음을 지적했다.

김 총무는 또 한국교회를 향해서도 “냉정하게 살펴볼 때 오늘날의 교회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포기한 것 같다. 교회 내에서조차도 배타적 관념이 지배적이다. 기독교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라!’ 인데 교회의 실제적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한국교회에 그리스도의 완전한 사랑을 실천해보겠다는 굳은 결단과 기도가 필요하다. 교회가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그리스도의 공동체가 되기로 결심한다면 남북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김 총무는 “하나님께서 한국교회에 부흥을 허락하신 것이 ‘도무지 화해할 수 없는 남북관계’ 앞에서 교회가 화해의 중심에 서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면서, “한국교회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진정으로 실천해보겠다고 다짐하면 남북관계에 희망이 있고, 그런 다짐 없이 우리 사회에 깔려있는 체험적 반공주의에 그대로 온존하면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이영훈 한기총 대표회장은 남북통일이 민족의 자주성과 동질성을 회복시키고, 한반도의 평화를 안정적이고 영구적으로 정착시키는 최선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남북통일은 정치·경제적 안정을 통한 민족 공동번영의 토대를 마련할 뿐 아니라,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기독교적 입장에서 남북통일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순종이라는 측면에서 당위성이 있음을 설명했다.

이 대표회장은 또 우리나라보다 앞서 통일을 이룬 독일의 경우를 제시하고, 한국교회가 남북통일을 위해 하나님 안에서 하나가 되는 화해의 역사를 실현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이 대표회장은 △기도운동을 통해 복음으로 이루어질 평화 통일을 준비 △심각한 자연재해와 경제정책의 실패로 인한 북한동포의 고통에 공감하고 인도주의적 차원의 사회복지선교 실행 △통일 후 북한 교회 재건에 대한 현실적 인식 제고와 재정적인 준비 △체제적 통합만이 통일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통합이 수반되어야 진정한 통일이 된다는 것을 인식 등 한국교회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끝으로 이 대표회장은 21세기 한국교회는 민족통일과 민족복음화라는 역사적 과제를 안고 있음을 전제한 뒤 “한반도의 환경은 남북한의 통일을 요청하고 있으나 국제적 환경의 변화와 북한체제의 존립의 방식은 통일에 대한 미래적 예측에 있어 늘 변수가 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때에 한국교회는 통일과 민족 화합 및 한민족 복음화를 위한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다양한 사회복지 선교의 노력을 꾸준히 실천해 나가고, 통일 후 대북선교를 위한 실천적이고 현실적 준비를 실행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민족 이질화를 극복하고 새로운 차원의 통일민족공동체의 건설을 위해 사회문화적 차원에서의 통합을 위한 교육적 차원에서의 준비를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교회는 이제 시대와 환경에 매몰되어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한민족 공동체를 위한 선도적 역할을 자각하고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자리에 모인 연합기관 수장들.

양병희 한교연 대표회장은 갑자기 다가올지 모를 통일을 대비하기 위해 한국교회가 지금부터 통일시대를 이끌어 가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대표회장은 먼저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반만년 유구한 역사를 공유하는 하나의 민족임에도 남과 북으로 나뉘어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는 현실은 생각할수록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분단은 극한의 대립으로 국력을 소모하고 민족의 이질성을 고착시키는 심각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 대표회장은 “북한에서 복음을 전하는 일은 치열한 영적전쟁이 될 것”이라며, “하루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10년을 준비한다는 ‘양병십년 용병일일’이란 말처럼 한국교회도 한반도 평화와 통일시대를 위한 목회전략을 구체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양 대표회장은 △탈북자들을 통일 역군으로 돕는 일 △NGO를 통한 남북교류 활성화 △통일헌금을 준비 △통일기도회를 준비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양 대표회장은 또 “남북관계에서 기독교의 사랑과 지원은 민족에 대한 그리스도의 사랑과 통일시대를 위한 준비가 될 것”이라며, “남한과 북한의 현실을 모두 경험하고 있는 탈북자들을 한국교회가 한 사람씩 결연을 맺고, 정착을 도울 수 있다면 이들은 통일과 북한선교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라고 평화로운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한국교회가 남북관계의 ‘동반자’, ‘조정자’, ‘협력자’의 역할을 할 것을 요청했다.
이밖에도 허문영 장로는 “한반도를 향해 오는 절대폭풍(북한위기, 안보위기, 경제위기)을 극복하고, 우리 민족의 숙원인 평화와 통일을 이루기 위해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을 넘어 국가대전략을 준비․실천해야 한다”며 강조하고 “정쟁과 부패로 물들어 있는 대한민국을 쇄신하고, 극단적 대결을 극복하지 못하면 모든 기회의 창은 다시 닫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허 장로는 “경성국력(군사력, 경제력 등)과 연성국력(문화력, 외교력) 결합의 스마트파워만으로는 우리가 주변4국을 중재하기가 어려운 바, 영성파워를 함께 구비해 온전국력으로 평화통일과 평화세계를 선도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며, “하나님말씀에 순종하며 새로운 영성대국 대한민국과 글로벌 섬김이 대한인으로서의 소양을 지속적으로 함양할 때, 주변4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우호적 협력과 축복 속에 북한동포들의 자원 가운데 평화대국 통일한국을 이뤄내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유종환 기자  yjh44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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